2007년쯤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처음 접하면서 국내외 산업을 조사하고, 벤치마킹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국가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이었다. 미국과 유럽은 옥외 광고 산업의 발전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수요가 증가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었으며,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IT 산업을 기반으로 하여 디지털사이니지 산업을 키워가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은 옥외 광고 글로벌 리더 기업인 JCDecaux와 CBS Outdoor를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매체 개발을 통한 산업 활성화를 꾀하면서 미래 지향적 미디어로 DOOH(Digital Out Of Home Media)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은 DOOH 산업에 IT기반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업 포지션으로 일본 역시 IT 기반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토탈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두루 갖추고 상황인지 솔루션 부분도 앞서가고 있었다. 일본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NEC는 글로벌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여 LG전자 등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수주전에 참여를 하였다. 이러한 시장의 형성은 2010년을 전후하여 수요와 공급의 차원이 아닌 협업을 통한 서비스 중심의 토탈 비지니스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 되면서 산업은 변화를 겪게 된다. 협업을 통한 서비스 중심의 토탈 비지니스는 기존 제조업의 대량 생산 대량 공급의 공급망 사슬에 벗어나 각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상호 지원하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시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가치 사슬 중심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러한 산업의 변화는 IT 산업 전반에 걸쳐 이미 컨버전스 및 융복합이라는 단어로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서는 산업 자체가 융복합적으로 시장의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가변적 시장을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디스플레이 사업자들이 대량생산을 통한 공급만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완제품이지만 완제품의 개념이 아닌 반제품의 개념으로 새롭게 상품화 되어야 하며,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도 목표 시장에 따라 조금씩 요구사항이 상이하여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융복합적 시장과 생태계의 가치 사슬에 대한 이해도 낮을 경우 기존 산업에 대한 경험으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산업이었다. 대기업들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대한 성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만큼의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없었던 이유도 산업과 시장 그리고 가치 사슬에 대한 몰이해가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옥외 광고사업자와 IT 기업들이 모두 지난 몇년간 경험하게된 과정이었다. 산업은 성장을 했지만 정작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성공한 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하기 위해 해외를 탐방하고 벤치마킹을 하면서 꼭 방문했던 나라가 일본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법으로 IT중심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판기에 대한 문화적 친숙도가 높으며, 결례가 되는 행동을 꺼리기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지향하는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일본의 총무성은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ITU 표준화 추진에 대한 민간 단체(일본 디지털사이니지 컨소시엄)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ETRI와 KT를 주축으로 하여 ITU의 디지털 사이니지 표준화 포럼에 참여하여 활동을 하고있다.
2011년 일본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시찰을 갔을 때 일본은 자판기와 지하철의 광고를 중심으로 하여 상당히 많이 보급이 되어 있었다. 문화적 특수성으로 키오스크 형태와 자판기에 부착된 디지털 사이니지는 당시 한국 보다 상당히 많이 보급되고 상용화 되어 있었다. 일본이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질 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하드웨어에 대한 성능대비 가격 부분이었다. 일본의 IT 제조 기업의 제품중 산업용 PC는 최고 2배 가까이 한국에 비해 고가의 포지션에 있었고,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와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 기업에게 신뢰성이 보장된 안정성 있는 제품을 경쟁력있게 도입하여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입장에서 일본의 IT 제조는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일본 서비스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필자 역시 그러한 일본의 디지털 사이니지 흐름에 따라 회사 근무시절 고객과의 만남 및 일본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을 했었다.
2011년의 일본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우리나라도 역시나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대만의 AUO와 산업용 PC는 중국과 대만 제품을 수입하거나 직접 들어와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직은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국내 대기업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산업용 PC부분은 대만과 중국 제품이 상당히 많이 차지 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에 따른 다양한 솔루션 역시 국내에서는 시장성의 문제로 활발히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 기업으로 KT Media Hub와 CJ PowerCast, Daum 핑거터치, LG U+, BGDS와 같은 기업들이 수익률악화와 시장성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극도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바탕으로 하여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야 하는 데,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한정하여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것은 무리이다.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은 여러 산업이 협업으로 산업을 이끌어 가는 융복한 산업이기에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성은 클 수 있으나, 개별 산업 측면에서 보면 비중이 높지 않은 산업이다. 그래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접근할 때는 지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국내에서의 레퍼런스와 경험을 갖고 해외로 진출하면서 파트너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포지셔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조 기반의 기업의 경우 서비스 기업과 협업하여 특정 시장을 위한 전략적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 기업은 시장의 니즈에 따른 서비스 모델 개발을 통해 솔루션 및 컨텐츠 기업들과의 협업 관계를 통해 시장의 변화 속도를 리딩하면서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을 중심으로 한 협업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새로운 전략적 IT 및 미디어 산업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IOT와 초 연결 사회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에는 디지털 사이니지 영역이 존재한다. 이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공공 정보를 함께 지니고 있으면서 사람과의 교감을 이루어 내는 특성 때문이다. 모바일과 홈 미디어 머물러 있는 개념을 확장시키는 시각과 안목이 필요하다.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끊임없는 숙제들을 앉고 미국과 유럽의 옥외광고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시장에 대한 갈증과 동남아 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필자의 회사에 일본의 IT 전문기업과 민간 철도 관계자가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현장 방문과 관련 기업 방문을 요청하여 왔다. 이 역시 블로그를 통해 의뢰가 들어온 부분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일본 IT 기업이 고객사인 철도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현황 그 중에서도 Interactiv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가 적용된 지하철과 리테일 샵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해당 사항에 대해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메일로 서로에 대한 확인과 계약과 결재 부분을 모두 합의 한 후 2박 3일간의 일정을 제안하여 추진 하게 되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처음 배우기 위해 일본을 비롯해 해외를 방문했던 필자가 이제 해외에서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적용 현황을 소개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아직도 경제성과 시장성으로 덜 성숙된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IT 기술을 도입하고 접목하는 데 있어서는 실험적이며 도전적인 상황들이 해외 기업들에게는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IT 시장의 테스트베드 시장이 맞는 듯 하다. 국내에서 테스트 베드로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것이 향후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2박 3일간 일본 기업의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일본 지하철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하고자 하는 데,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 비교를 통해 의미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 강행군임에도 그들은 매우 진지하였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진지한 토론도 함께 했다.
그들과의 토론에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대한 장단점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좀 더 명확해 졌다는 것.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의 산업 현실이 그것을 수용하고 변화하기에는 BOX 장사와 멤먼스 중심의 SI로는 어렵다는 것. 그리고 광고대행사들이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낮다는 것 이러한 걸림돌들이 헤쳐나아가야지만이 산업이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발전을 하려면 IT 제조 대기업들이 글로벌 서비스 기업과 손을 잡고 시장을 주도하고, 국내의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 기업들이 동남아 및 중국에 진출하여 시장을 개척하면서 중소 기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생태계를 구축해가야 한다.
혼자만으로는 산업을 키울 수 없는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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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Networks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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