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종사하면서 나름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 중의 한때가 "공간 미디어"에 대한 개념 정의였다. 사업을 하면서 "정의" 내리고 "규정"하고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의"는 이후의 프로세스를 설정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간 미디어로 정의내리고, 학회지에 게재하고 그것을 통해 정의하고 개념 규정한 것이 산업의 이해와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간 미디어로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OOH는 옥외광고라는 특성으로 공간이 갖고 있는 역할과 정의에 따라 정보제공 방식을 달리 하였다. 규정되고 주어진 공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의 경험 을 토대로 광고가 제공된 것이다.
예를 들어 광장이라는 곳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며, 사람이 다니는 인도(人道)는 스쳐 지나가게 되며, 정류장은 머물렀다 흩어지는 곳이다. 각 공간이 갖고 있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사람들은 행동방식을 달리하며 정보와 주변 환경을 받아들였고, 반응하는 것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규칙이 OOH에는 이미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었다. OOH에서 디지털 사이니지로 전환하면서 초기에는 기능에 치중한 나머지 OOH가 갖고 있는 규칙과 특성들을 간과하여 마켓진입에 난항을 겪었다.
즉 공간에 대한 몰이해와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고 기존의 포탈에 있던 콘텐츠들을 편집하여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OOH의 일반적인 광고기법인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 콘텐츠를 제공 한다” 라는 접근을 했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많은 양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장점이기도 하지만 운영상에서 단점으로 다량의 정보를 접하는 사용자에게는 정보의 필요성을 전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사이니지의 수익모델을 지나치게 광고에 의존하여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를 게재하기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를 제공하였지만 사용자의 관심과 필요를 유발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 확산은 초기 디지털 사이니지 마켓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후 IT와 산업의 융복합과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간미디어로 정의를 해나가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간미디어로 규정하는 이유는 기존의 CATV방송 채널의 예를 들면 채널 별 전문 콘텐츠가 있고 사용자들은 해당 채널의 정체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이니지가 무작위로 설치되어 특성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보다는 공간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 기획을 통해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공간 미디어는 해당 공간의 정보와 콘텐츠를 타 공간과 연계하여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대학가 주변과 도심의 다운타운 그리고 공원 등에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각 공간이 갖고 있는 특성과 사용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 공간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이해한 후 구축한다면 효과적인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규정하고 정체성을 가진 미디어로 도심의 특정 공간들을 채널로 정의하여 운영한다면 도시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거대한 공간 미디어가 되어 개방성, 자율성을 갖는 소통과 공유의 장이 될 것이다. 공공의 시설물이면서도 시민의 편의성을 지원하는 상업적 활용도를 보장한다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그리고 기업이 함께 동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공간미디어로 발전하고 광고기반의 수익모델 한계 넘어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유통, 온라인 마켓, 공공 및 재난 정보 등등의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는 대중소 상생협력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기에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플랫폼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처럼 공간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이 갖는 컨포넌트 (공공시설물과 공간이 갖는 역할 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규정)와 룰(공간에서의 사람과 공간 간에 관계로 규정)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사이니지 플랫폼과 공간 플랫폼이 매개 플랫폼 네트워크로 결합이 된다.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간 정의가 필요하며 플랫폼간의 네트워크에 따른 규정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마켓이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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